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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푸(Sifu) 게임 리뷰

폭풍의 게임리뷰 2025. 11. 5. 10:57

게임 정보

개요 시푸는 부친을 살해한 문파 무리에게 복수하는 주인공의 여정을 그린 3인칭 액션 어드벤처 게임

출시일 및 플랫폼

  • 2022년 2월 8일: PS4/PS5/NS/에픽 게임즈 스토어
  • 2023년 3월 28일: XBO/XSXJS/스팀

게임회사 Sloclap (프랑스 인디 게임 개발사)

게임장르 3인칭 액션 어드벤처

난이도 매우 어려움 (세키로보다 어렵다는 평가가 많음)

플레이 타임 약 10~15시간 (숙련도에 따라 변동)

 

죽음이 곧 수련이 되는, 독특한 복수극

시푸를 처음 시작했을 때, 나는 단순한 복수 이야기를 기대했다. 어린 시절 스승을 잃은 제자가 성장해 원수들을 하나씩 처치하는 그런 전형적인 서사 말이다. 하지만 첫 번째 보스 앞에서 열 번도 넘게 쓰러지고 나서야 깨달았다. 이 게임은 복수가 목적이 아니라, '수련 그 자체'가 목적인 게임이었다는 걸.

시푸의 가장 독창적인 시스템은 죽음을 다루는 방식이다. 게임에서 죽으면 캐릭터는 '더 수련해 와서 도전한다'는 컨셉으로 나이를 먹는다. 처음엔 20대 청년이었던 주인공이 죽을 때마다 30대, 40대, 50대로 늙어간다. 외형도 변하고, 머리카락도 희끗희끗해진다. 나이가 들수록 공격력은 강해지지만 체력은 줄어든다. 마치 경험의 축적과 육체의 쇠퇴를 동시에 표현한 것 같았다. 그리고 70세가 되면? 더 이상 부활할 수 없다. 게임오버다.

이 시스템이 주는 긴장감은 상상 이상이다. 특히 연속으로 죽으면 페널티가 1, 2, 3처럼 점점 커지기 때문에 한 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나이를 먹어버린다. 보스전 앞에서 이미 50대가 되어 있으면, '이번 판은 그냥 포기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까?'라는 고민이 든다. 하지만 그 순간순간이 시푸를 시푸답게 만든다. 패배가 곧 학습이 되고, 노화가 곧 무술의 깊이가 되는 철학이 게임 전체에 녹아 있다.

 

한 주먹, 한 발이 전부인 정교한 전투

시푸의 전투는 격투 게임을 하는 것 같다. 약공격, 강공격, 회피, 패링, 특수 스킬까지 조작은 복잡하고, 콤보도 다양하다. 처음엔 버튼만 마구 눌러댔지만, 그런 식으론 첫 스테이지도 못 넘긴다. 이 게임은 정교한 타이밍과 리듬을 요구한다. 공격보다 중요한 건 방어다. 세키로의 체간 시스템과 비슷하게, 완벽한 타이밍에 패링을 성공시키면 적의 체간을 빠르게 깎아 결정타를 날릴 수 있다. "망설임은 곧 패배"라는 세키로의 명언이 여기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커멘드 입력 시 스틱과 버튼을 동시에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패드로는 정확한 입력이 어려웠다. 확실히 패드 보다는 키보드로 하는게 컨트롤 하기에는 용이 할 것이다. 물론 개인차는 있겠지만, 정밀한 조작을 원한다면 키보드를 추천한다.

전투의 핵심은 '읽기'다. 적의 패턴을 읽고, 타이밍을 재고, 회피와 패링 사이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 처음엔 그냥 마구잡이로 싸우다가 맞아 죽지만, 몇 번 반복하다 보면 적의 동작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모든 게임이 그렇지만 반복과 죽음이 최고의 선생님이다. 격파를 해나가면서 얻는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건 단순한 액션 게임이 아니라, 손끝으로 느끼는 수련이지 않을까 한다.

 

성장은 캐릭터가 아닌, 플레이어 자신

시푸에는 일반적인 RPG처럼 레벨업이나 장비 강화 시스템이 없다. 스킬을 배울 수는 있지만, 영구적으로 획득하려면 같은 스킬을 여러 번 구매해야 한다. 그러니까 한 번 클리어했다고 끝이 아니다. 여러 번 플레이하면서 포인트를 모아야 비로소 내 것이 된다. '용 신단'을 통해 체력 회복량이나 무기 내구도 같은 패시브 능력을 올릴 수 있긴 하지만, 이것도 실력이 받쳐줘야 한다.

결국 이 게임에서 성장하는 건 캐릭터가 아니라 플레이어다. 처음 첫 번째 보스를 만났을 때, 많이 고전했다. 패턴도 빠르고, 공격도 강하고, 회피 타이밍도 빡빡했다. 그런데 열 번, 스무 번 죽고 나니까 보이기 시작했다. '아, 이 타이밍에 패링하면 되는구나', '이 공격은 회피보다 백스텝이 낫구나' 하는 식으로.

 게임을 반복하면서 실력이 늘다 보면, 어느새 그 도전들도 하나씩 클리어하게 된다. 그 과정 자체가 진짜 무술 수련 같았다. 게임은 나를 강하게 만들지 않는다. 내가 스스로 강해져야 한다.

 

미니멀하지만 강렬한 비주얼

시푸의 그래픽은 실사 수준은 아니지만, 독특한 매력이 있다. 미니멀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특히 각 스테이지의 분위기가 확실히 다르다. 클럽에선 네온사인이 번쩍이고, 박물관에선 유리 전시관이 빛을 반사하며, 산속 사찰에선 고요한 정적이 흐른다. 각 장소가 마치 한 편의 영화 장면처럼 느껴진다.

카메라 워크도 훌륭하다. 전투 중 카메라가 자연스럽게 따라오면서, 액션 영화에서나 볼 법한 연출을 보여준다. 가끔 왕가위 감독의 영화나 '올드보이'의 복도 액션 씬이 떠오를 정도다. 게임의 완성도가 굉장히 높다.

다만 일부 전투에서 카메라 시점이 불편할 때가 있다. 좁은 공간에서 여러 적과 싸울 때 시야가 가려지거나, 벽에 카메라가 막혀서 답답한 순간들이 있었다. 근데 이런 불편함은 모든 게임의 존재 하기 때문에 그러려니 했다.

 

높은 벽, 그러나 넘을 만한 가치

시푸는 분명히 어려운 게임이다. 세키로를 클리어한 사람도 시푸 앞에선 고전한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노말 모드로 시작해도 첫 보스부터 벽을 느낀다. 반복 플레이도 필수고, 같은 스테이지를 수십 번 돌아야 할 때도 있다. 스토리도 간결한 편이라 감정선이 길게 이어지진 않는다. 그냥 복수극 그 자체에 집중한 느낌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푸는 추천할 만하다. 특히 액션 게임을 좋아하고, 도전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해봐야 할 게임이다. 처음엔 불가능해 보이던 전투가 점점 가능해지고, 어느 순간 내가 무술 고수가 된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시푸는 내게 말한다. "강함이란 쓰러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매번 일어서는 것이다." 게임을 끝내고 나서도 말이 머릿속에 맴돈다. 이건 단순한 복수 게임이 아니었다. 자신을 단련하고, 한계를 넘어서는 여정이었다. 패배를 두려워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운 시간이었다.